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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Painting&Prints

박주영 회화展

by @artnstory 2007. 12. 20.

수채화 작품이랍니다.
주영아, 작품 직접.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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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 DRY  
아이엠아트
  www.imartgallery.com
2007_1213 ▶ 2008_0110
 

나의 삶은 좌초되었고, 버림받았고, 고립되어 버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살다가 갑자기 멈춰서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곤 인생이란 외롭고도 긴 여정이란 말에 실감하고 결국 나 자신 혼자이며 때론 ‘나’조차도 낯설게 느끼게 된다. 살아가다 문득 나의 잃어버린 것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 이러한 경험은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일상 중 하나이다.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하며 움켜쥐려하지만 박주영은 삶에서 필연적으로 상실해져가는 것들에 관해 붙잡지 않는다. 또 그리워하지도 않으며 되돌리고 싶어 하지도, 다시 만지려하지도 않는다. 이미 삶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은 현재 자신의 눈에 형상으로 남아 있진 않지만 작가의 머릿속과 마음 안에 흔적으로 가득 채워놓았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의 삶은 뭍에 묻혀버린 듯 고립되어 고요해져 버리지만 작가는 그 뭍 밑에서 뭍 위의 것들을 기억하며 자신만이 가진 삶을 대하는 태도로서 그 흔적들을 그려 나아간다. 그리고 작가는 흔적을 그리기 위해 손을 뻗는다. 두꺼운 캔버스와 유화물감이 아닌 수채화물감과 창백한 하얀 종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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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는 서양화기법 중의 유화작품을 위한 밑그림, 또는 쉽게 사용하는 회화양식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채색 없이 그려진 연필의 드로잉만으로도 독자적이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종이 위에 그려지는 수채화는 물을 이용하여 그린다는 점이 특징인데 그 특성만큼 수채화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번 붓질이 지나간 부분에는 수정이 불가능하고, 물의 양과 물감의 배합, 물이 종이 위에서 마르는 속도 그리고 마르기 전과 종이 속으로 스며든 후의 색감의 차이 등 그 한계점은 끝이 없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러한 수채화만이 가진 한계점들은 수채화를 그리고 감상하는 데에 매우 매력적인 요소들이 된다는 것이다. 하얀 종이는 물기를 머금어 만든 생기 있는 붓의 흔적을 금새 건조한 물방울의 기억으로 고스란히 남겨놓고, 마르지 않은 부분 위에 겹쳐진 또 다른 붓놀림은 자연스러운 번짐으로 예기치 않는 모양새를 만든다. 이렇게 종이에 흡수되고 공기 중에 날아가게 되는 ‘건조감’, 이것이 작가 박주영이 수채화에 흠뻑 빠진 이유다. 그렇다면 수채화라는 작업도구를 가지고 작가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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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붓을 놓은 작가는 하나의 비유를 통하여 자신의 그림에 관해 설명한다. “한적하고 외딴 바닷가 앞에서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어느 누군가가 갑자기 전화해서 지금 보이는 모습에 대해 설명하라 했을 때, 나는 내 방식대로 그 풍경을 묘사할 것이다. 사실상 어떤 도법의 지도도 실제 지형을 온전히 옮길 수는 없기에 내가 설명하는 부분의 불완전함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 풍경, 이 삶 속엔 필연적인 상실감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든지 살고 있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과 그 상실한 것들에 관한 태도는 각자가 다 다르다고 말한다. 상실되어버린, 살다보면 내가 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들에 관하여 바라보고는 있지만 노스탤지어처럼 그리워하고 되돌리고 싶어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했듯 그것들은 작가의 내면에 충분히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가의 인식 한계를 벗어난 그 절절한 무엇, 그 무엇 중 굳이 예를 들자면 눈물 같은 것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단지 ‘슬픔’이라는 단어로 축약하기엔 절절한 그 무엇이 포함되지 않는다. 뺨에 흐르는 눈물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고 또, 흐르고 간 눈물의 흔적은 밖에 감지할 수 없는 그 꿈을 나타낸다. 그리고 다시금 물속으로 붓을 넣어 물기를 적신다. 그리고 그 꿈들은 흰 종이 위에 펼쳐진 창백한 색채, 정적이 흐르는 화면, 섬세한 이미지들로서 다시 표현된다. 표면 위에 얹힌 자국들의 자취와 종이 속으로 숨어드는 색채들을 좇는 수채와는 유화와는 매우 다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동화의 한 장면 같아 보이는 박주영의 작업은 깊이 있는 중간색채와 차분한 붓 터치로 감상자를 매혹한다. (작품 중 일부는 2004년 11월 - 2005년 6월 마담휘가로 잡지에 작곡가 정재형의 글과 함께 약7개월간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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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게 되어, 고립되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HIGH&DRY'의 제목은 세계적인 5인조 락밴드 라디오헤드의 곡 제목과 같기도 하다. 이 곡에는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버린, 자신조차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해가고 있는 그를 향한 외침의 소리를 담고 있다. 또는 그 외침은 변해가고 있는 또 다른 자신에게 하는 목소리일 수도 있다. ‘Don't leave me high. Don't leave me dry.' 고립되어버린 작가 박주영은 이 험난한 세상,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갖게 되는 상실감을 향하여 소리 없는 아우성을 보낸다. 한 장 한 장의 수채화에 담긴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 없는 시선과 물방울 흔적은 작가의 조용한 외침을 들을 수 있다. 2007년 12월 22일 크리스마스파티와 함께 시작되는 박주영의 첫 수채화 개인전과 다가오는 새로운 곳을 향해 눈을 돌려보자. ■ 아이엠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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