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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asure/Resource

* korean artist3.

by @artnstory 2007. 11. 24.

MIN JUNG YEON

경계를 넘어, 경계 속으로 글 | 김복기 발행인

20대 젊은 작가 민정연이 유럽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파리, 뉴욕, 취리히 등지에서 매년 개인전을 열어 호평을 얻고 있다. 이미 세계적인 화상과 컬렉터들이 이 젊은 동양의 여성을 찜했다. 한국미술의 세계화 붐,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의 국제무대 약진 속에서 또 한 사람의 신데렐라가 탄생할 것인가. 눈 밝은 국내 미술 관계자들도 민정연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민정연의 작품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성이 매력이다. 섬세한 수공 기법, 파스텔 톤의 산뜻한 색채, 밀도 있는 구성, 독자적인 형상 표현…. 화면 저 구석구석에는 단 하나의 허점 없이 화가의 손길이 촘촘히 뻗어 있다. 무엇보다 그림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치 미로 찾기 게임을 즐기듯, 숨은 그림 찾기에 몰입하듯, 화면에 올라탄 우리의 마음을 저 무한의 상상세계, 현실 너머의 초현실의 세계로 이끈다. 참으로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직설적인 표현은 아주 적다. 낯설고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가 넘쳐흐른다. 자연과 현실 풍경이 뒤섞여 있고, 식물과 동물(말, 곰, 개, 낙타 등)이 사람(대부분 자화상)과 함께 등장한다. 한 화면 안에서 이항대립적인 조형 요소들이 서로 대립 충돌한다. 평면/원근, 큰 것/작은 것, 평평한 것/깊숙한 것, 구상/비구상, 그리기/칠하기, 직선/곡선이 서로 공존한다. 애매모호하고 어정쩡한 공간의 탄생. 이 역시 민정연 작품의 특징이다. 민정연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상(事象)의 대립 요소를 하나의 공간에 서로 묶는다. 그 이항대립항들의 조화로운 만남이 민정연 작품의 지표다.

민정연은 화석 수집광인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원시생물과 원시동물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 형태에 매혹되어 그림으로 옮기기도 했다. 화석의 표면은 오묘하다. 미세한 세포 이미지 같다. 시간의 퇴적 속에 잠들어버린 생명의 흔적이리라. 민정연의 즐거운 시간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005년 제2회 개인전 타이틀을 〈양수〉라 했다. 양수는 생명의 생성 공간(현재)이지만 생명이 현실로 태어나기 이전의 공간(과거)이다. 그러니까 과거, 현재, 미래가 엉켜 있는 혼성 공간인 것이다. 2006년 제3회 개인전은 〈통로〉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민정연은 파리 하수구 박물관을 견학했다. 이 지하 세계는 길과 길을 잇는 매개 영역, 땅의 안과 밖, 외부와 내부가 교차하는 통로였다. 하수구의 거대한 파이프 관을 동물의 내장 이미지로 그렸다. 하수구야말로 도시의 내장이 아닌가. 민정연은 내장기관과 같은 생물학적 이미지, 유기적 이미지를 즐겨 그린다. 이 내장기 같은 특이한 형상과 더불어 인간 신체의 변형이 이어진다. 2007년 개인전에서는 현실과 꿈의 중간 단계인 〈졸음〉 시리즈를 선보였다. 현실과 가상이 내파를 일으키는 현대 사회의 시뮬레이션 현상을 시사하는 것일까.
민정연이 던지는 작품 메시지에는 언제나 복선이 깔려 있다. 이명동체(異名同體)의 형상은 해석의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있다. 공감각 혹은 복합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야자수이자 연꽃이며, 눈알이자 항문이며 고깃덩어리이며, 인체의 내장기이자 지하 동굴의 세계, 저 카멜리온 같은 형상들은 작품의 함의를 무한 확장시킨다. 민정연 작품의 대립적 이중적 공간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작가 자신의 삶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이제 서양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점의 변화가 생겼다. 경계는 허물어졌다. 이젠 온전한 한국인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온전히 서양인으로 동화될 수도 없다. 화가 민정연은 이 허물어진 경계를 삶의 귀중한 자산으로, 작품의 에너지로 당당하게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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