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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Painting&Prints

Bizarre Flavor: 엽기적인 그녀들

by @artnstory 2008. 4. 1.

쿠이 시우웬_한 야주안_양 나_쟝 슈앙
이화익 갤러리_LEEHWAIK www.leehwaikgallery.com
2008_0328 ▶ 2008_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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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익갤러리는 중국의 젊은 여류작가 4인의 그룹전시 『Bizarre Flavor: 엽기적인 그녀들』전을 선보인다. 최근 몇 년 간 국내에 지속적으로 소개된 전시를 통해 다양한 중국 현대미술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네 명의 작가들은 한국 갤러리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데, 모두 1970년도 이후에 출생한 젊은 아티스트들로서 중국 및 해외에서 왕성한 전시활동을 하며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Bizarre Flavor: 엽기적인 그녀들』이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쿠이 시우웬(Cui Xiuwen), 한 야주안(Han Yajuan), 양 나(Yang Na), 그리고 쟝 슈앙(Zhang Shuang)은 다소 괴상하고 엉뚱하지만 유머러스하며 개성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적이고 코믹한 작업들은 최근 현대미술의 주된 경향으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작가들을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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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야주안은 참여작가 중 가장 카툰(cartoon)적이고 위트와 유머가 가득한 페인팅을 보여준다. 아주 머리가 크고 상대적으로 작은 몸과 짧은 팔다리를 가진 동그란 얼굴의 소녀들은 짧은 스커트를 입고 화려한 구두와 백, 짙은 아이쉐도우와 온갖 액세서리로 치장한 채 뭔가에 열중하며 바쁜 모습이다. 「Shopping Poisoning」, 「Kongfu Office Lady」와 같은 작품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소녀들은 쇼핑을 하고, 중국의 전통무예인 쿵푸를 즐기고, 또는 사무실에서 커리어우먼으로서 바쁘게 일하고 있다. 1980년에 태어난 한 야주안은 동시대 또래 여성들의 모습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그려나가는데, 소비지향적이고 서양문화 지향적인 현재 중국의 단면을 유명 의류브랜드 로고 및 고급 승용차의 모습을 인용해 보여주며 20대 여성의 현실과 이상을 드러낸다. 항상 등장하는 검은 반점의 젖소들은 소녀들의 애완소이자 액세서리로서 화면 곳곳에서 코믹한 모습으로 나타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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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전시작가중 가장 어린 양 나 역시 애니메이션적이고 화려하며 장식적인, 다분히 여성스러운 느낌의 작업을 선보인다. 의도적으로 크게 강조된 머리와 눈, 상대적으로 작게 그려지거나 생략된 몸은 코믹만화 속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데, 컴퓨터와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커다란 눈과 빨갛고 도톰한 입술이 두드러진 여자는 누군가를 유혹하듯, 뭔가를 갈망하듯, 공허하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관람자를 응시하는데, 현대인들의 정신적, 심리적인 혼란과 결핍의 상태를 드러내 보인다. 플라스틱 인형 같은 모습은 실제의 그것과 외향적으로 흡사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 단절감, 이질감 및 외재화된 심리를 보여준다. 색색의 화려한 진주와 물고기는 자주 사용되는 모티브로서 여성의 신비로움과 허무한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양 나의 페인팅에 장식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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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 슈앙은 종이채색화를 해나가는 작가이다. 화면 한 가운데에 홀로 서있는 소녀를 그리는데, 인물이 중심이 되고 여백을 살린 것이 전통적인 동양화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몸에 비해 역시 상대적으로 큰 머리와 큰 눈동자를 강조하는데, 인물 모두가 박쥐의 날개와 같은 검은 날개 또는 어린 천사의 날개인 듯 보이는 흰 깃털로 된 날개를 달고 있다. 그렇지만 흰 깃털 날개를 단 여자아이조차 머리에 두 개의 뿔이 나있는 모습이다. 어둠과 음침함의 상징인 박쥐의 날개, 악마의 상징인 뿔, 그리고 불안해 보이는 퀭한 눈동자를 통해 쟝 슈앙은 어리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현대인의 심리적 갈등과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원어로 천사소마녀(天使小魔女)라 명명된 동일한 작품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천사와 마녀라는 상반된 두 개의 이미지를 대치시켜 역설과 모순의 아이러니를 끄집어낸다. 그에 반해 작은 인형과 고양이, 그리고 색색의 하이힐 등은 소녀의 감수성과 취향을 대변하며 작품 안에서 이야기를 읽어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난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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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이 시우웬은 참여작가 중 가장 연장자로서 수년 간 페인팅,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및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여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Angel」 시리즈는 최근 2-3년간의 사진작업으로, 임신한 소녀들이 주인공이다. 붉은 담장과 지붕, 회색 돌바닥이 보이는 중국의 전통적인 고궁이 배경이 되며, 흰 원피스를 입고 수줍은 복숭아색 볼터치를 한 단발머리 소녀들은 하나같이 불룩한 배를 가진 채 홀로, 또는 여럿이 모여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거나, 부른 배가 힘겨운 듯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거나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이다. 전통적 이미지 속에서의 임신한 여인은 평화롭고 고요하며,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은 행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쿠이 시우웬의 사진은 이와 다르다. 화장을 한 소녀는 어두운 표정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너무나 어린 모습이다. 이는 전통적인 아시아의 정서와는 많이 차이가 있으며, 관람객은 소녀가 어쩌다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지, 왜 슬픈 표정인지 등의 질문을 마음속에 품으며 불편한 의문들을 가지게 된다.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남성의 모습이나 여타 설명을 배재한 채 쿠이 시우웬은 임신한 소녀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 격변기를 겪고 있는 중국 현 시대의 패러독스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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