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Installation & Sculpture
신미경展 / SHINMEEKYOUNG / installation
by @artnstory
2008. 6. 17.
Translation - MoA Project
2008_0426 ▶ 2008_0711 / 일, 공휴일 휴관
현대의 예술작품은 이미 너무나 많은 층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 보는 이에게 시각적 경험을 넘어선 감상법을 요구한다. 신미경의 최근 연작인 「Translation-Vase」는 청나라와 조선시대의 도자기의 다양한 형태와 문양을 의외의 재료를 사용하여 복제하고 있다. 자세히 작품을 관찰하면 보이는 불규칙적인 선과 전시 공간을 들어서면 감지할 수 있는 상쾌하면서도 인공적인 향기는 그 재료의 정체를 밝히는데, 이는 작가가 1997년부터 사용해 온 비누이다. 작가는 마음에 드는 도자기를 발견하면 실리콘으로 형태를 뜬 후, 그 속에 녹인 비누를 부어 넣어 굳힌 후, 속을 파내고, 색을 넣은 비누로 겉문양을 상감하거나 천연 염료로 무늬를 그려 넣는다. 이 작업은 원작의 창조자들이 도자기를 빚어 낸 과정만큼이나 시간을 소모하고 정교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비누 항아리들은 유약을 바르는 것과 같이 액체비누로 코팅되어 전시된다. 아름답기도 하고 향기롭기도 한 이 작업들은 고전적이면서 키치적이고, 진짜이면서 가짜이고, 견고하지만 또 불안정하기도 하다. 그녀가 작품에 붙이는 'Translation'이라는 제목은 번역이나 해석, 또는 이동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전이 현상을 떠오르게 한다. 말 그대로 그녀 작품은 원작과 비교해 재료가 변했으며 문화간 이동도 있고 시간이 차이가 나며 장소도 옮겨져 있다. 물론,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도 작업실에서 갤러리, 미술관, 수장고, 소장자로 계속해서 이동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가 최초로 만든 비누 조각 중 하나는 영국 유학 중 학교 계단에 설치되어있던 고대 조각의 대리석 복제품이었다. 한국인 유학생으로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고대 그리스 조각이 영국으로 이동되어 복제된 형상을 보고 그녀는 일말의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장소, 문화, 시간의 이동의 경험을 공유한 것이리라. 대리석에서 비누로의 전환 또한 커다란 변화 요소인데, 그 표면질감의 유사성에 착안했다는 작가의 변은 물론 대리석의 영구성과 지속성이 마모와 궁극적으로는 스스로의 소멸을 전제로 하는 비누로 전환 되면서 겪는 아이러니를 함축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