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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Photography&Media

김동욱展 / KIMDONGWOOK / 金東旭 / photography

by @artnstory 2008. 7. 10.

오래된 사진첩_Old Photo Album

갤러리 담_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cafe.daum.net/gallerydam

2008_0716 ▶ 2008_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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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假說) 풍경 속의 다큐멘터리 ● 김동욱은 풍경을 찍는다. 한때(1994년)는 농촌풍경의 배경이 담긴 농민의 모습을 찍었고, 최근(2005-2008년)에는 세계의 건축물을 모아놓은 미니 세트장과 영화. 드라마 촬영용 세트장을 찍어오고 있다. ‘풍경’이라는 정의를 세상에 현존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주체적 인식에서 망각된 기억을 되새기는 ‘회귀적 피사체’로 새삼스럽게 피력한다면, 10년이라는 시간을 달리한 두 피사체는 김동욱의 인식적 풍경의 스펙트럼에 위치한다. ● 그 10년 동안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낭만과 서사의 조망체로 수많은 대상과 관계를 맺어왔다. 일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 · 역사 · 문화적 사건과 현상들 속에서 기억과 현재의 온갖 편린들을 토로하며, 즐거운 衣食住생활 속에서 그로부터 오는 상상적인 것들과 만남을 가져왔었다. 그 관계의 중심에서 작가는 빠르게 스쳐가는 현대 문화의 상징적 언어들을 포착하려 하였고, 이러한 시도는 보는 이의 시선과 시야, 입장 혹은 욕망에 따라 풍경이 변하고 재구성되듯이 10년 전에 보았던 서사적 풍경에서 서사적 · 낭만적 · 허구적 · 몽환적 풍경으로 전이되어 나타났다.(그의 이러한 변모는 계속 진행될 것그 결과, 세트장 촬영 시리즈 작품들은 기억 저편에 존재했던 역사와 사건, 그리고 감성을 변화된 지금의 문화적 콘텐츠에 은유하여 자신의 관점에서 에피소드를 갖는 (애초에 의도 · 제작된 원본을 벗어난) ‘사진 속의 연극’적인 혹은 ‘연극 속의 사진’적인 찰나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 아름다움과 허망, 그리고 사진의 존재와 허구를 드러낸다. 또한 그 이면에는 가시화되는 현그러한 관점들을 드러내기 위해 2006년에 발표한 <그림엽서(Picture Postcard)>(세계의 건축물 미니어처를 촬영)에 이어 이의 확장 개념인 <오래된 사진첩(Old Photo Album)>에서도 드라마, 영화 세트장인 ‘부천 판타 스튜디오’(1920-30년대 명동, 종로, 청계로 등을 재현 ; 태극기 휘날리며, 하류인생, 야인시대 등의 영화·드라마 촬영)와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1930년대 중국의 남경로 등을 재현 ; 아나키스트, 색계 등의 영화 촬영)의 세트장을 촬영하였다. 이때 정통사진촬영의 대표격인 4×5인치 대형 카메라로 각각의 세트장을 가장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시점에서 의도적으로 핀을 살짝 ‘틀어-촬영’하여 사진의 원본성을 상실시켰다. 이는 사진 고유의 신뢰성을 저버리는 행위로서, 아니 사진의 외연의 확장을 통해 자신의 인식의 폭과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행위였다. 상 자체의 시선이 ‘기계적 장치’의 의해 놀아난다는 계몽적 태도가 슬쩍 깔려 있다. 으로 본다포커스를 비틀어 낯설게 보게 하는 방법은 현대의 사진기법에서 이미 통용되어온 것으로 그리 신선하거나 혁신적이지는 않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김동욱 자신에게 사진으로서 서술해 나아가야만하는 과정상의 필시 거칠 수밖에 없는 관문이라 생각 된다. 그것은 일종의 종이(인식 대상) 한 꺼풀(막)을 벗겨내는 것과 같다. ● 그의 이러한 사진적 특성과 의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김동욱은 사진 입문이후 사진의 정통성을 섭렵하기 위한 자세로, 동시대의 농민의 모습을 서사적 구조로 흑백 촬영(스트레이트 포토)하였고, 이후 생계 수단으로써 사진을 찍으면서도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사진의 정체성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 의문을 수잔 손탁(Susan Sontag, 1933-2004, 미국의 수필가 · 소설가 · 예술가)의 저서인「사진에 관하여」(1977)(특히 첫 장의 ‘플라톤의 동굴에서’에 서술된 내용이 중심)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며, 자신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지표로 삼게 된다. 그에게 멘토가 된 주된 내용들은 사진의 비평적 관점에서 장단점을 서술하거나, 사진이 통용되는 외연의 자율성과 다른 영역(특히 회화)과의 관계성에 대해 서술하거나, 역사의 흐름 속에서 사진으로서의 존재론을 서술하는 등 작가의 의식을 유연하게 또는 여물게 하는 것들이었고, 이는 작가에게 심미적 혜안을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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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미적 관점은 대상을 여러 층위로 상상하게 만들며, 근대의 시각과 문화, 기억이라는 소실점(消失點)을 현재적 관점에서 번안하여 대상을 전복시키고 조작하는 행위까지로 이어졌다. 그래서 부천 판타스틱 스튜디오,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에 세트화 된 가설은 작화된 사진 뒤로 밀리며, 그 자체의 존재성을 잃어버렸다. 순간 그의 사진 속에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쓰여 지고 있으며, 이것은 새로운 가설을 위한 판타지임을 자처한다. ● 그렇게 탄생한 ‘Old Photo Album’ 판타지는 두 개의 시선을 던져준다. 착시현상으로 인한 주체적 시선의 미끄러짐이고, ‘낯선-익숙한’ 공간의 교차점에 서 있는 주체의 시선이다. 이 시선에 의해 우리는 각자가 서 있는 지점에서 가설로서 다가오는 작가의 시나리오(이미지 조어)를 의심하게 되거나 묘한 착각 속으로 빠져들며, 실재 존재하는 현재의 건축물과 사람, 그리고 문화적 체험의 시선으로 돌아가는 순간 어떤 혼동 아니면 기억과 상상의 풍경의 시선들로 빠져들지 않을까? ● 작가는 촬영시 ‘허망하다’는 생각을 가져간다고 한다. ‘허망’에는 냉철한 비판적 관점과 허허로운 여유와 포용의 관점이 동시에 작용한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의 지점에 서서 세상을 관망하고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가늠하거나 실험한다. 원본과 차용, 관념과 실재 등 그 간극의 사이를 더듬으면서 ‘나(我)’라는 존재의 위치에 대한 의문과 확인을 해나간다.
요즘의 세상에서 진짜와 가짜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에 생활 속에 저며 들어 그다지 흥미를 끌지 않는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조차도 허물어져가고(아니 이미 허물어졌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조차도 가늠하기 쉽지 않은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곳(사실 이 곳은 ‘사회-나’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각본대로 안식처를 만드는 세트장이다)을 세트장이라고 가정한다면, 김동욱이 가설한 판타지는 실제 속의 우리들이 펼치는 연극적 상황일지도 모른다. ● 예컨대 그 판타지는 예견치 못한 구경꾼(혹은 촬영하는 사람들)을 몽환적 풍경 속으로 자연히 끌어들임으로써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갖는다. 즉 현재의 구경꾼(풍경과 함께 뿌옇게 하여 익명화시킴; 시대적 착오를 암시하는 위트가 엿보임)을 가설된 근대시기의 풍경 속으로 재현시켜 시간의 경계를 혼미하게 함으로써 거기에는 나와 그들도 없고 여기와 저기도 없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사진의 존재를 지시하는 다큐로서 남는다. 그렇다면 최근 작업의 <오래된 사진첩>은 김동욱 사진 존재의 가설로서 쓰여 지는 자전적 다큐멘터리이겠다. ■ 이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