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_1018 ▶ 2007_1118
갤러리 잔다리 www.zandari.com
하이브리드(Hybrid)의 의미를 아는가? 생물학에서 이종(異種)교배에 의한 이종, 혼혈, 혼성, 변종(잡종)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경영은 물론, 가전, 스포츠,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삶의 많은 부분에서 접하게 된다. 인기를 끌고 있는 MP3 기능이 내장된 카메라 폰은 모바일 폰과 카메라, 오디오 기능이 혼성된 것이며 토스터기에 라디오, 냉장고에 컴퓨터 기능이 부가된 가전제품은 일상에서 접하는 하이브리드 제품의 좋은 예이다. 또한 연예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와 같은 혼혈 탤런트, 금융에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인 하이브리드 채권, 보험과 은행의 영역을 허문 방카슈랑스 등 이 하이브리드라는 코드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서 폭 넓게 수용되고 있다. 유독 순혈주의가 강한 예술장르도 이미 각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혼융되었고, 이러한 이종교배는 새로운 결과를 태생시키며 이에 따른 전통적 개념 정의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P&P-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 展(2006년)에서는 현대미술에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회화적 표현기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또한 회화는 사진적 표현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른 표현으로 야기된 사진과 회화 각 장르 정체성의 혼란함과 모호함의 원인을 고찰하여 사진과 회화 각각의 확대되는 정의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했었다면, 본 전시 P&P Ⅱ-Hybrid 展(2007년)에서는 사진의 하이브리드는 어떠한 것일까? 라는 질문으로 사진이 다양한 방법론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통해 사진이 또 다른 사진으로 확대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사진은 현재에 있어서 너무나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으며, 미술의 역사를 보더라도 간헐적이나마 끊임없이 이러한 시도가 있어왔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 사진은 다양한 이종교합에 의해 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발상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형식적, 재료적, 의미론적 확대 가능성과 새로운 예술적 완성미를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지기에 본 전시를 통해 사진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는 7명의 작가들을 선별하여 사진이라는 매체가 이종교합에 의해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다양한 예술성과 확대되는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 사진과 회화의 하이브리드 ● 사진의 변용범주는 다양하지만 여기에 제시된 배준성, 양연화, 유타카 이나가와(Yutaka Inagawa), 케이스케 시로타(Keisuke Shirota)는 모두 사진이라는 매체를 기본으로 사용하며 평면성에 근간하여 사진과 회화의 이종교합을 꾀한다. 새로운 기술과 재료의 발전으로 이들의 작업은 과거 시도되어진 작업들과는 또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은 렌티큘러(Lenticular) 기술의 이용, 스냅사진과 이를 확장한 그림, 인화지 위에 재현된 이미지와 엮은 그림 작업 등 재치 있는 시도와 함께 다양한 실험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로 파생된 표현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은 실로 대단하다. 미술의 역사에서 추상회화를 탄생시킬 만큼 재현능력의 우수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환상(상상)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의 부족과 재현에만 근거한다는 사진의 약점을 회화와 결부시킨 이들의 이종교합은 양쪽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여 진다. 양연화_예술가의 작업실 Artist Studio_사진에 아크릴채색_136×100cm_2006
양연화는 연출된 인물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것이 인화된 대형 인화지 표면에 풍경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사진과 회화를 접목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인다. 더 나아가 배준성은 누드의 인물을 촬영한 사진, 의상을 그린 비닐만 촬영한 사진, 이 둘을 서로 겹쳐서 착의가 이루어진 사진까지 총 3개의 사진을 이용한 렌티큘러 작업을 보여주는데 관람객의 위치변동에 따라 변하는(화면의 인물이 누드가 되기도 하고 의상을 입기도 함) 효과는 사진과 회화가 가지는 고정된 순간적 스틸 이미지를 한 평면 위에서 움직이게 하는데 있다. 두 작가 모두 사진으로 기록된 대상과 사진을 바탕으로 회화를 덧붙임으로 재현을 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표현이 담긴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데 이것이 그들이 빚어낸 이종교합의 효과라 할 수 있다.
배준성_The costume of painter-Whistler 051101_렌티큘러_183×120cm_2006
일본작가 케이스케 시로타는 도시풍경의 한 단면을 어떠한 의도함 없이 찍어서 사진을 빈 캔버스에 자유롭게 배치하고, 여기서 확장되는 이미지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때로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공간이 한 화면에 배치하여 회화의 개입을 통해 이를 자연스러운 하나의 공간으로 기록화한다. 각각 이질적인 공간을 품은 사진에서 확장된 화면은 하나의 공간의 기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유타카 이나가와는 사진, 회화, 드로잉을 혼성하여 화면의 전면과 측면을 넘나들며 이미지 자체도 기계와 생명체가 이종 교배된 생명공학(Bio-Mechatronics)으로 탄생한 듯한 생명체를 보여준다. 사진을 오리고 집합적으로 덧붙이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타카의 작업에서 사진의 이미지들이 보여주는 대상의 정보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해체되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한 부분으로 새롭게 탄생된다. 즉 기계생명체의 팔다리로 사용된 스푼과 포크의 사진 이미지는 그의 화면 안에서 더 이상 본래의 정보 전달은 의미가 없이 새로운 정보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사진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이며, 회화만으로도 획득되어질 수 없는 부분이다. 사진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환상을 갖는 그 무엇인가가 되면서도 원래의 다큐멘터리적 정보를 가진 사진으로도 존재한다는 점은 사진과 회화의 이종교합의 좋은 결과일 것이다. ● 사진과 입체의 하이브리드 ● 사진은 모든 입체적인 사물을 평면화 시킨다. 동그란 사과도 사진에서는 평면일 뿐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입체화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본 전시에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권오상은 각각의 시점에서 제시한 수 백장의 스냅사진을 촬영된 대상의 입체 형태로 이어 붙여 다시 그 대상을 입체화 했었다. 이러한 기본적 구성의 결합과 함께 입체적 변용이 제시하는 사진의 확대가능성은 무한하다. 본 전시에서 권정준, 강영민, 베른트 할브헤어(Bernd Halbherr)는 사진과 입체의 이종교합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또 다른 사진의 의미와 정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권정준_Space Overturning- 귤 Orange_아크릴 박스, 디지털 프린트_7×7×7cm_2004
권정준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가 입체적 세계를 평면에 재현하는 것이라면, 이 평면화 된 사진을 다시 입체화 하되 각각의 방향에서 촬영한 대상을 육면체로 제시하여 오히려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선보이며 사진의 평면성과 기록성을 오히려 입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베른트 할브헤어 또한 한옥이나 대나무 숲과 같은 일반적 풍경사진을 동그란 구 형태로 입체화하여 마치 물고기의 눈으로 본 어안렌즈와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평면의 사진이 구 형태로 입체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시점은 새로운 공간감을 선사함은 물론 촬영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듯 현장감과 실재감을 평면으로 재현된 사진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베른트 할브헤어_Tonhalle_사진 콜라쥬, 플라스틱, 혼합재료_지름 30cm_2006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강영민은 사진 이미지를 모아 의도된 목적에 의한 형태로 사진의 입체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일루젼에 가려진 대상의 본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140여개 이상의 조지 부시라는 동일 인물을 각각의 다른 시공간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얼굴사진 이미지 중에서 각 사진마다 얼굴의 한 부분을 선택하여 각 부분 부분을 연결하여 각기 다른 시공간의 대상기록이 모여 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대상 기록물, 즉 조지 부시의 거대한 얼굴을 재현한다. 이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기록적 측면에 대한 부분에 회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사실적 재현의 조작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대상의 본질이나 문제의 중심보다는, 이러한 교란에 의해 오히려 그러한 문제들이 운영되고 지지되는 시스템(방송/언론매체) 자체의 조작되고 재단되는 속성을 제시하고 있음이다. 또한 포르노그라피에서 성적욕망 충족의 대상이었던 생명력이 충만한 여체사진을 모아 해골형태로 입체화한 사진 이미지들은 죽음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패과정의 부산물이나 벌레들처럼 정반대의 의미로 존재하게 된다. 의도를 가지고 구성된 형태에 따라 사진으로 기록되어진 대상이 가지고 있던 정보와 의미가 극과 극을 치닫는 측면을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사진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던 사실의 재현이라는 우리의 강력한 믿음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하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의도와 시각에 의해 그 정보와 의미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사진의 조작되고 확대된 일루젼을 비판함과 동시에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들의 시도는 사진이 입체화함과 동시에 더욱더 사진의 속성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나아가는가 하면, 보다 더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재현을 보여주기도 하고, 재현된 대상의 본래적 의미를 해체하고 의도된 구성에 의해 정반대적 의미, 또는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사진이 가진 성격과 정의, 의미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비판, 강조와 왜곡을 실행하며 이종교합에 의한 확대되는 사진의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강영민_George_디지털 프린트_370×740cm_2004
Hybrid 너머 그 무엇은? ● 다양하게 표현되어지고 있는 작업들 중에서 사진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들을 통해 흥미로운 현상을 제시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그 경계의 모호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각각의 확대되는 정의가 무엇인지 시도해보고자 하는 시각이 2006년 P&P 展을 기획하게 된 출발이었다면, 본 전시는 이러한 의문을 넘어 사진이 가진 다양한 확장의 면면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현상을 짚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현대 미술 속에서 사진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고, 이는 사진이 ‘입체사진, ‘설치사진’또는 그 무엇으로 제시될 수 있는 사진 너머 사진의 미래형을 규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재 진행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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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Hybrid)의 의미를 아는가? 생물학에서 이종(異種)교배에 의한 이종, 혼혈, 혼성, 변종(잡종)을 의미하는 이 용어는 경영은 물론, 가전, 스포츠,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삶의 많은 부분에서 접하게 된다. 인기를 끌고 있는 MP3 기능이 내장된 카메라 폰은 모바일 폰과 카메라, 오디오 기능이 혼성된 것이며 토스터기에 라디오, 냉장고에 컴퓨터 기능이 부가된 가전제품은 일상에서 접하는 하이브리드 제품의 좋은 예이다. 또한 연예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다니엘 헤니, 데니스 오와 같은 혼혈 탤런트, 금융에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인 하이브리드 채권, 보험과 은행의 영역을 허문 방카슈랑스 등 이 하이브리드라는 코드는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서 폭 넓게 수용되고 있다. 유독 순혈주의가 강한 예술장르도 이미 각 장르 간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혼융되었고, 이러한 이종교배는 새로운 결과를 태생시키며 이에 따른 전통적 개념 정의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P&P-사진 같은 회화, 회화 같은 사진 展(2006년)에서는 현대미술에서 사진이라는 매체가 회화적 표현기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또한 회화는 사진적 표현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에 따른 표현으로 야기된 사진과 회화 각 장르 정체성의 혼란함과 모호함의 원인을 고찰하여 사진과 회화 각각의 확대되는 정의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했었다면, 본 전시 P&P Ⅱ-Hybrid 展(2007년)에서는 사진의 하이브리드는 어떠한 것일까? 라는 질문으로 사진이 다양한 방법론으로 확대되는 현상을 통해 사진이 또 다른 사진으로 확대되어질 수 있는 가능성과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사진은 현재에 있어서 너무나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으며, 미술의 역사를 보더라도 간헐적이나마 끊임없이 이러한 시도가 있어왔다. 하지만 현대에 있어 사진은 다양한 이종교합에 의해 보다 적극적이고 새로운 발상으로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형식적, 재료적, 의미론적 확대 가능성과 새로운 예술적 완성미를 제시하고 있다고 여겨지기에 본 전시를 통해 사진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는 7명의 작가들을 선별하여 사진이라는 매체가 이종교합에 의해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다양한 예술성과 확대되는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 사진과 회화의 하이브리드 ● 사진의 변용범주는 다양하지만 여기에 제시된 배준성, 양연화, 유타카 이나가와(Yutaka Inagawa), 케이스케 시로타(Keisuke Shirota)는 모두 사진이라는 매체를 기본으로 사용하며 평면성에 근간하여 사진과 회화의 이종교합을 꾀한다. 새로운 기술과 재료의 발전으로 이들의 작업은 과거 시도되어진 작업들과는 또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이들은 렌티큘러(Lenticular) 기술의 이용, 스냅사진과 이를 확장한 그림, 인화지 위에 재현된 이미지와 엮은 그림 작업 등 재치 있는 시도와 함께 다양한 실험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로 파생된 표현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은 실로 대단하다. 미술의 역사에서 추상회화를 탄생시킬 만큼 재현능력의 우수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환상(상상)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의 부족과 재현에만 근거한다는 사진의 약점을 회화와 결부시킨 이들의 이종교합은 양쪽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보여 진다. 양연화_예술가의 작업실 Artist Studio_사진에 아크릴채색_136×100cm_2006
양연화는 연출된 인물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것이 인화된 대형 인화지 표면에 풍경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사진과 회화를 접목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인다. 더 나아가 배준성은 누드의 인물을 촬영한 사진, 의상을 그린 비닐만 촬영한 사진, 이 둘을 서로 겹쳐서 착의가 이루어진 사진까지 총 3개의 사진을 이용한 렌티큘러 작업을 보여주는데 관람객의 위치변동에 따라 변하는(화면의 인물이 누드가 되기도 하고 의상을 입기도 함) 효과는 사진과 회화가 가지는 고정된 순간적 스틸 이미지를 한 평면 위에서 움직이게 하는데 있다. 두 작가 모두 사진으로 기록된 대상과 사진을 바탕으로 회화를 덧붙임으로 재현을 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표현이 담긴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데 이것이 그들이 빚어낸 이종교합의 효과라 할 수 있다.
배준성_The costume of painter-Whistler 051101_렌티큘러_183×120cm_2006
일본작가 케이스케 시로타는 도시풍경의 한 단면을 어떠한 의도함 없이 찍어서 사진을 빈 캔버스에 자유롭게 배치하고, 여기서 확장되는 이미지를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때로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공간이 한 화면에 배치하여 회화의 개입을 통해 이를 자연스러운 하나의 공간으로 기록화한다. 각각 이질적인 공간을 품은 사진에서 확장된 화면은 하나의 공간의 기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유타카 이나가와는 사진, 회화, 드로잉을 혼성하여 화면의 전면과 측면을 넘나들며 이미지 자체도 기계와 생명체가 이종 교배된 생명공학(Bio-Mechatronics)으로 탄생한 듯한 생명체를 보여준다. 사진을 오리고 집합적으로 덧붙이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타카의 작업에서 사진의 이미지들이 보여주는 대상의 정보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해체되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한 부분으로 새롭게 탄생된다. 즉 기계생명체의 팔다리로 사용된 스푼과 포크의 사진 이미지는 그의 화면 안에서 더 이상 본래의 정보 전달은 의미가 없이 새로운 정보로 탄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사진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이며, 회화만으로도 획득되어질 수 없는 부분이다. 사진이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며 환상을 갖는 그 무엇인가가 되면서도 원래의 다큐멘터리적 정보를 가진 사진으로도 존재한다는 점은 사진과 회화의 이종교합의 좋은 결과일 것이다. ● 사진과 입체의 하이브리드 ● 사진은 모든 입체적인 사물을 평면화 시킨다. 동그란 사과도 사진에서는 평면일 뿐이다. 그러나 이를 다시 입체화 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본 전시에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권오상은 각각의 시점에서 제시한 수 백장의 스냅사진을 촬영된 대상의 입체 형태로 이어 붙여 다시 그 대상을 입체화 했었다. 이러한 기본적 구성의 결합과 함께 입체적 변용이 제시하는 사진의 확대가능성은 무한하다. 본 전시에서 권정준, 강영민, 베른트 할브헤어(Bernd Halbherr)는 사진과 입체의 이종교합을 시도하며, 이를 통해 또 다른 사진의 의미와 정의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권정준_Space Overturning- 귤 Orange_아크릴 박스, 디지털 프린트_7×7×7cm_2004
권정준의 작업은 사진과 회화가 입체적 세계를 평면에 재현하는 것이라면, 이 평면화 된 사진을 다시 입체화 하되 각각의 방향에서 촬영한 대상을 육면체로 제시하여 오히려 사진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작업을 선보이며 사진의 평면성과 기록성을 오히려 입체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베른트 할브헤어 또한 한옥이나 대나무 숲과 같은 일반적 풍경사진을 동그란 구 형태로 입체화하여 마치 물고기의 눈으로 본 어안렌즈와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평면의 사진이 구 형태로 입체화 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시점은 새로운 공간감을 선사함은 물론 촬영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듯 현장감과 실재감을 평면으로 재현된 사진보다 더 강하게 느끼게 한다.
베른트 할브헤어_Tonhalle_사진 콜라쥬, 플라스틱, 혼합재료_지름 30cm_2006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강영민은 사진 이미지를 모아 의도된 목적에 의한 형태로 사진의 입체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일루젼에 가려진 대상의 본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140여개 이상의 조지 부시라는 동일 인물을 각각의 다른 시공간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얼굴사진 이미지 중에서 각 사진마다 얼굴의 한 부분을 선택하여 각 부분 부분을 연결하여 각기 다른 시공간의 대상기록이 모여 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대상 기록물, 즉 조지 부시의 거대한 얼굴을 재현한다. 이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사진의 기록적 측면에 대한 부분에 회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사실적 재현의 조작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대상의 본질이나 문제의 중심보다는, 이러한 교란에 의해 오히려 그러한 문제들이 운영되고 지지되는 시스템(방송/언론매체) 자체의 조작되고 재단되는 속성을 제시하고 있음이다. 또한 포르노그라피에서 성적욕망 충족의 대상이었던 생명력이 충만한 여체사진을 모아 해골형태로 입체화한 사진 이미지들은 죽음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패과정의 부산물이나 벌레들처럼 정반대의 의미로 존재하게 된다. 의도를 가지고 구성된 형태에 따라 사진으로 기록되어진 대상이 가지고 있던 정보와 의미가 극과 극을 치닫는 측면을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사진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던 사실의 재현이라는 우리의 강력한 믿음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하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의도와 시각에 의해 그 정보와 의미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사진의 조작되고 확대된 일루젼을 비판함과 동시에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들의 시도는 사진이 입체화함과 동시에 더욱더 사진의 속성을 강조하는 측면으로 나아가는가 하면, 보다 더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재현을 보여주기도 하고, 재현된 대상의 본래적 의미를 해체하고 의도된 구성에 의해 정반대적 의미, 또는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사진이 가진 성격과 정의, 의미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과 비판, 강조와 왜곡을 실행하며 이종교합에 의한 확대되는 사진의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강영민_George_디지털 프린트_370×740cm_2004
Hybrid 너머 그 무엇은? ● 다양하게 표현되어지고 있는 작업들 중에서 사진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업들을 통해 흥미로운 현상을 제시하여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그 경계의 모호성에 의구심을 가지고 각각의 확대되는 정의가 무엇인지 시도해보고자 하는 시각이 2006년 P&P 展을 기획하게 된 출발이었다면, 본 전시는 이러한 의문을 넘어 사진이 가진 다양한 확장의 면면을 보이고 있는 현재의 현상을 짚어보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현대 미술 속에서 사진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고, 이는 사진이 ‘입체사진, ‘설치사진’또는 그 무엇으로 제시될 수 있는 사진 너머 사진의 미래형을 규정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재 진행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진다.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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