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사진미락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찰나의 거장'전
2005년 5월 21일~7월17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 미술관
천재적인 작가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사진에 장난을 전혀 치지 않은 스트레이트 사진이다.
프레임을 새로 잡거나 하는 일조차도 하지 않은, 찍은 그 모습 그대로의 사진인 것이다.
그저 기다림으로 인하여 얻어낸 완벽한 순간들.
○ 작품구성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작품 226점
○ 부대행사 : 세미나 및 이벤트 행사
○ 주 최 : 예술의전당. 매일경제신문 · TV, 매그넘
○ 주 관 : 유로커뮤니케이션, TCN대구방송, 마이아트
○ 후 원 : 문화관광부, 프랑스대사관
‘20세기의 눈’, ‘현대 사진영상의 아버지’, ‘사진미학의 교과서’, ‘사진의 톨스토이’, ‘전설적인 사진작가’, ‘근대 사진미학의 최고봉’… 그에게 붙여진 여러 수식어는 2004년 8월 3일 타계 시 국내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르몽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등 세계 각국의 추모 기사가 그 명성을 대변했다.
서거 1주년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사진예술의 진면모를 보여 주기 위해 사진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적인 사진 에이전시 매그넘에서 작품이 들어오는 대규모 특별전이다.
현대사진의 여명에서 새로운 영상사진의 문을 연 카르티에-브레송의 작품 ‘결정적 순간’을 포함한 초기 작품부터1999년 후기 작품까지 전 생애 작품들을 226점이라는 최대 작품수와 엄선된 중요 작품을 통해 그의 사진 철학과 예술성을 확인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Henri Cartier-Bresson의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
그의 예술성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찰나’이다. 그것은 단순한 시공간의 순간(moment)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지속되는 찰나(instant)인 것으로 단순히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 기술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상 자체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이며, 작가 의도나 피사체, 그리고 그 주변 상황이 딱 맞아떨어지고, 구도와 형태의 예술적 감각이 완벽하게 구성되는 아주 짧은 순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발행된 사진집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카르티에-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The Decisive Moment’ (1952년)은 그가 직접 쓴 결정적 순간의 서문을 불어판 ‘재빠른 이미지 Image a la sauvette’에 게재하지 않았으나 영어판에 실었다. 카르티에-브레송의 글이 시작되기 전에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순간은 없다”라는 레츠 추기경의 명구를 인용하는데, 여기서 결정적 순간이라는 사진집 제목이 비롯되었다. 서문은 카르티에-브레송이 자신의 사진에 대한 생각과 결정적 순간의 미학에 관하여 언급한 유일한 글로서 그의 사진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며 그 작품집은 오늘의 ‘근대 사진의 성전’, ‘사진의 고전’으로 남게 되었다.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한편으로는 어떤 사실의 의미작용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설명하는 시각적으로 통찰된 형태의 엄격한 구성이 동시 발생적으로 인지되는 것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은 거리에서 촬영했다. 그의 작업 전반기에 단편적인 찰나 내에서 시각적인 응집을 발견하였는데 스스로 ‘눈에 의한 고유의 통합요소’라고 불렀다. 즉각성과 복잡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했고 서사 구조를 회피하였다. 그는 1952년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으로 불리는 사진에 있어서 새로운 유연성에 관해 서술한 바 있다.
“촬영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윤곽의 생성이 있다. 우리는 마치 삶의 전개에 있어서 예감적인 방법이 있듯이 움직임의 조화 속에서 작업한다. 그러나 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 촬영은 이 순간을 포착해야만 하고 그것의 평형상태에서 고정된 때를 잡아야 한다. ” 카르티에-브레송은 현실의 세계가 생생한 빛을 띠고, 명암과 형태가 있는 장소에 꼭 자리잡는 순간을 쉽게 포착하여 제시하였으며 그의 사진 형식은 다큐멘터리 사진가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의 어록 “사진의 내용은 형식과 분리될 수가 없다. 형태에 의해서 표면, 선, 명암의 상호작용의 엄격한 조직을 의미한다”에서처럼 그의 작품의 미학적 요소 중 하나인 구도와 형태에 있어 미적 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관람자로 하여금 예술적 시선에 대한 명상을 제공할 것이다.
Henri Cartier-Bresson의 철학
직관, 무의식 등 개념적으로 지속되는 시간의 찰나는 동양철학에 가깝다. 브라크로부터 받은 ‘선불교와 궁도의 예술Zen and the Art of Archery’라는 책을 계기로 일생 동안 선불교에 그의 정신적 바탕을 두고 있다. 바로 형태와 개념, 외부와 내부사이의 관계를 그의 총명함과 청명함으로 작품 세계를 실현하였던 것이다. 그는 학창시절 문학, 철학, 시에 관심을 가지고 막스 엥겔스, 프로이드, 생 시몽, 쇼펜하우어 등을 탐독했고 마르셀 프루스트와 앙드레 말로가 다녔던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프랑스의 지식인 이었다.
위대한 20세기 사진미학의 거장인 그에게 사진작가 리차드 아베돈은 “그는 사진의 톨스토이였다. 심오한 인본주의와 함께 그는 20세기의 증인이었다” 라고 애도했다.
카르티에-브레송은 2차 대전 중에 프랑스 영화 사진반원으로 종군 활동하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전쟁기간 중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세 번의 시도 끝에 탈출하여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활동을 하면서 강한 인간애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애의 뜨거운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바로 그의 철학인 휴머니즘은 작품 구석 구석에 인간과 세계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가득히 스며 있다. 그는 강렬한 휴머니스트였다.
평생 라이카 카메라만 사용했으며, 연출이나 네거티브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트리밍, 플래시, 광각이나 망원렌즈를 거부하고 흑백사진만 고집한 그는 사진가의 전 능력이 투입되는 찰나의 순간에서 그의 사진철학을 엿볼 수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눈이 사라졌다. 95세를 일기로 20세기의 대표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8월3일 운명했다. 당시 쟈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추모 성명을 통해 “시대의 진정한 증인으로서 그는 정열적으로 20세기를 찍으면서, 자신의 범 우주적인 불멸의 시각으로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문명의 변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1908년 프랑스 근교 커다란 섬유회사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2004년8월 타계하기까지 20세기에 고스란히 걸쳐있는 생을 살다간 그는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증언하였다.
1932년 생 라자르역 뒤에서 한 중년 사내가 포스트의 무희와 흡사한 동작으로 물이 고인 거리를 뛰어가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오늘날 캔디드 사진의 성전으로 남게 되는 '결정적 순간 The Decisive Moment' 으로 근대사진미학의 최고봉으로 사진역사에 자리잡는다.
그는 미국, 모스코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멕시코, 중국...등 전 세계를 누볐고 그때마다 그 이미지는 사진집으로 출간되었다. 인도의 분열상과1948년 인도 독립 운동의 지도자 간디의 죽음, 인도네시아의 독립시기, 마오쩌둥이 집권하기 직전 마치 황실의 최후를 보는 듯한 청조 마지막 황실안의 환관을 촬영하였다. 또한 스탈린 죽음 이후, 공식적으로 소련에 입국한 최초의 서방 사진가이기도 한 그는 61년 베를린장벽 설치 이듬해에 베를린 장벽에 매달려서 무심코 놀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산업화의 폐해 등을 기록한 사진 등으로 20세기를 증거하였다.
일반인이나 특히 당대 유명인이라면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를 통해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그는 인물의 외·내적인면이 함축된 대상의 세계에 대한 진정한 고찰로 20세기 문화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들을 영원한 존재로 남겨놓았다.
본 전시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샤갈, 뒤샹 등의 미술계 인물과 쟝 폴 샤르트르, 수잔 손탁, 존 버그 등의 문학 및 사상계 인물, 그리고 로버트 케네디, 마릴린 몬로, 달라이라마 등의 역사적 사건의 인물작품 121점이 선보인다.
그의 예술적 감각은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1927년 입체파 예술가, 앙드레 로트 (Andre' Lhote) 화실에서 그림을 배웠고 개인의 직관과 초현실주의 운동의 출현에 기인한 반제도의 저항적인 태도에 매료되어 초현실주의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우연에 의하여 자신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는 촬영 방법인 자동기술로 그의 사진작업에 초현실주의가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연은 단순한 만남이나 출현이 아니라 직관이나 무의식 등의 지속된 잠재적 감정들을 의미한다. 그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통찰력과 직관을 바탕으로 완벽한 순간에 완벽한 구도로 상황을 잡아 사진미학을 완성한다.
1947년 매그넘(Magnum)의 창시자인 그는 포토저널리스트의 자유를 보장받고 자신의 개성을 사진에 반영하기 위한 매그넘 설립 취지에서처럼 사진가의 시각과 주체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러한 매그넘의 이상은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끌어올렸으며 오늘날까지 사진가의 개성으로 정의되고 있다.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앙리 카르테에-브레송은 1955년 루브르박물관에서 사진작가 최초로 전시회를 열었으며 2003년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카르티에-브레송 재단이 설립되었다.
그는 사진예술계의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되었다.
[전시의의]
현대인들이 여러 종류의 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즐기는 것은 ‘내가 목격한 것’을 ‘내가 보는 눈’으로 담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본다는 것에 대한 개인 판단이 들어간다. 카르티에-브레송이 “카메라는 눈의 연장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눈과 카메라를 하나로 보는, 즉 카메라를 눈과 똑같은 생명체로 인식하여 단순히 기계적 힘을 빌어 정밀하게 표현하는 카메라의 능력으로가 아닌 내가 본다는 것에 대해 철학을 담아 사진의 새로운 조형성으로 표현했다.
카르티에-브레송의 작품은 사진학도들만의 교과서가 아니다. 그의 철학은 움직임과 정지, 순간과 영원, 삶과 죽음이라는 진정한 예술이 고민하는 가장 절실한 부분들이다.
사진미학의 아버지, 근대사진 미학의 교과서...등 그를 대변하는 많은 지칭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진전공자를 제외하더라도 사진에 대해 심취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이렇듯 후대의 많은 사진작가들에게 영감과 감화를 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카르티에-브레송의 타계로 영원히 전설로 남을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는 오늘날 디지털 사진예술까지의 발전속에서 아날로그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며 사진미학의 원천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왜 사진예술계의 전설적인 존재인지, 그 이유를 목격하는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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