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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Photography&Media

구아영: 뉴런, 기억, 세계 Trace of the World in Neurons

by art holic 2011. 11. 26.

 


외부 전시소개 링크
http://www.daljin.com/02.730.6214.html
http://www.neolook.net/

CBS 뉴스 방송영상 [11월 24일 저녁] [YouTube]



 


작품사진

 

Residue II, collage on paper, 29.7cm x 42.0cm (2011)


Floating Memories I, collage on digital pigment print, 29.7cm x 42.0cm (2011)


Memories of a city, collage on digital pigment print, 29.7cm x 42.0cm (2011)


Gauge of Life, collage on digital pigment print, 29.7cm x 42.0cm (2011)


Neurons I, collage on digital pigment print, 29.7cm x 42.0cm (2011)


Trace I, collage on paper,  29.7cm x 42.0cm (2011)


Memento, collage on paper, 29.7cm x 42.0cm (2011)

 





전시서문 I

 

 


 

인간의 사고와 기억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이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며,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이다. 현대과학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의 흥미로운 특성에 주목한다. 신경세포들은 자기 조직적인 네트워크(self-organized network)를 형성하고, 이렇게 연결된 세포들은 전기적인 또는 화학적인 신호를 끊임없이 서로 주고받는다.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원리는 뇌질환 등의 현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약물치료의 원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추억하는지는 여전히 현대과학의 한계를 넘어서 있다.
 
구아영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개별적인 기억 조각들과 신경세포의 오버랩, 그리고 그것들의 동적인 움직임과 재구성은 우리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다. 작가 자신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기억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통적인 감정은 인간과 바깥세상의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구아영의 작품 속에서는 이 원초적인 감정들이 조각조각 뒤섞이고 재구성되어 인간과 바깥세상의 연결통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 기저에 신경세포가 작동하고 있음이 암시되어 있다.

다분히 추상적인 인간의 정신세계와 세상에 대한 인식의 문제가 기계적인 신경세포들의 집단적이고 협력적인 작동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고 믿는 데는 거부감이 든다. 그러나 현대과학이 밝혀낸 중요한 사실은 신경세포를 기본적인 단위로 하여 구성된 물질 덩어리인 뇌가 우리의 사고를 담고 있으며, 이 물질 덩어리는 물질과학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당황스러운 과학적 진실은 적어도 인간의 사고와 감정이 뇌를 구성하는 물질세계의 원리와 서로 간섭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상상력이 발현되는 출발점이다. 바깥세상과 연결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그 기저의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신경세포의 작동원리, 그리고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들 사이의 협력과 경쟁은 우리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인 것은 아닐까?
 
전시기획자, 박병준 교수



전시서문 II

라이프니츠는 세계가 생명체들로 가득 차 있다고 믿었다. 그 생명체 하나하나는 전체 세계를 제 나름대로 조망해주는 뷰포인트이다. 우리 세계는 한 부분이 나머지 다른 모든 부분을 비추어주는 몹시 기묘한 구조를 갖고 있다.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생명체는 세계 전체를 어렴풋하게 또는 또렷하게 표상한다. 이것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보들이 한 생명체 안에 무한히 접혀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또한 한 생명체 안에는 무수히 많은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코드까지 접혀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나아가 우리 세계는 가능한 모든 조망들이 빠짐없이 존재하는 꽉 찬 세계이다. 생명과 기억과 지각과 인식으로 가득 찬 세계.

우리는 세계가 생명과 지각과 정보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우리 마음이 단순히 자기 속의 소동과 소란과 혼란과 환상들의 뭉치가 아니라, 전체 세계를 제각기 드러내는 정보더미라는 것은 은연중에 믿고 있다. 구아영 작가는 전체 세계가,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세계가, 말하자면 고대인들, 중세 기독교인들, 샤갈과 클림트와 고흐 등 예술가들이 본 세계가 자기의 마음 속에 흐릿하게 접혀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 신체는 그림들의 갤러리인데 이 그림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 붓으로 여러 가지 색깔로 점묘하고 있다. 시각과 청각과 후각과 촉각과 미각은 제 나름으로 세계를 그리는 프레임들이다. 내 살점 한 점 한 점, 내 세포 하나하나, 내 뉴런 한 줄 한 줄, 내 두뇌의 모든 세세한 주름들은 전체 세계를 바라보는 뷰포인트들이다. 그 주름 속에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날들의 세계가, 심지어 내가 만난 사람들의 세계가,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세계가, 내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만난 사람들의 세계가 중첩되어 있다. 우리는 작가의 작품들에서 뉴런 한 줄 한 줄 속에 접혀 있다가 펼쳐지는 세계의 여러 측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뉴턴은 시공간이 신의 감각중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세계를 이루는 한 점 한 점 사물들이, 생명체들이, 마음들이 세계의 감각중추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우리 마음은, 우리 몸은, 우리 세포들은, 우리 뉴런들과 신경들은 전체 세계가 무엇과 같은지를 드러내는 감각중추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세계의 신경이며, 나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슬픔, 사랑과 미움은 곧 세계의 감정이다. 나의 느낌과 기억들은 세계의 변화들과 다양성과 역동성을 표상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 뉴런들의 타래가 자연과 계절, 문명과 도시화, 공동체와 문화를 잉태하는 것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의 운명, 문명의 미래, 세계의 종말을 감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여태 대지와 동산과 전원에서 출발하여 농장과 목장과 공장과 도시로 모여 들었다. 우리는 과학기술의 미래를 통제하지 못한 채, 오히려 과학기술 시스템 자체가 우리를 데려다 놓는 곳으로 가게 될지 모른다. 그곳에 무엇이 있으며, 그곳에서 인간 삶이 어떠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사람은 세계를 갈고 짜고 짓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세계를 계속 조망하고 꿈꾸고 그릴 것이다.

결국 인류와 문명과 세계의 운명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뷰포인트를 가지느냐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이것은 세계와 조망 사이의 상호 피드백이다. 자연세계는 우리 뉴런의 네트워크를 설비했으며 우리는 이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조망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새로운 조망을 창출함으로써 우리 뉴런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이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재구성할 것이다. 자연세계가 우리를 이런저런 방식으로 살도록 강제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제 나름대로 꿈꾸고 바라고 글 쓰고 노래하고 그린다. 구아영 작가는 새로운 조망을 통해, 그의 신경 회로를 재설비하고, 그로부터 그의 정서와 감정과 느낌들을 분출하고, 마침내 세계를 재창조하고 있다.

철학박사 김명석, 생각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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